주한미군 역할 변화, 70년 동맹 체제의 전환점
미국 워싱턴DC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이후 나온 "주한미군 역할 변화"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70년간 이어진 동맹 체제가 변곡점을 맞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북한 억제에 집중해온 주한미군의 임무가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리나라는 중국 견제와 경제협력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과연 이번 변화가 한국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미국이 원하는 동맹 현대화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1. 미국이 제시하는 '동맹 현대화'의 핵심 내용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활동 범위를 북한 억제에서 인도태평양 전체로 확장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구상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재래식 전력이 북한을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며,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에 활용하고자 합니다.
핵심은 전략적 유연성 확보입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같은 상황에서 주한미군을 한반도 외 지역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주한미군 병력 일부를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재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주한미군 4500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주한미군 규모(약 2만 8500명)의 약 16%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2. 트럼프 행정부의 '집단방위' 전략과 배경
주한미군 역할 변화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닙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집단방위 개념을 강조하며,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전장으로 인식하는 전략을 추진해왔습니다.
이는 미국의 최우선 군사 전략이 북한에서 중국 견제로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계획,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등을 근거로 "중국이 아시아 패권을 추구한다"며 견제 논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정부 시절부터 논의된 이 구상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더욱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 주한미군이 대만 등을 강조하는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를 사용하며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3. 한국이 직면한 안보 딜레마와 우려사항
동맹 현대화와 주한미군 재배치는 한국에게 복잡한 딜레마를 안겨줍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중관계입니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면서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군사적으로 대립해야 하는 상대가 되었습니다.
안보 공백 우려도 큽니다.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되면 북한 견제 능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대만과 한반도에서 동시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한국이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또한 한국이 원치 않는 분쟁에 연루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확대는 한국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4. 향후 전망과 정부의 대응 방향
이번 달 말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주한미군 재배치뿐만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국방비 관련 현안도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이 국제질서를 위협하지 않도록 미국과 협력한다"며, 주한미군 규모나 역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면서도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고도의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다만 미국 의회 내에서도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쟁이 거센 만큼, 전략적 유연성 확대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