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행사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나란히 세운 채 진행된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념식을 넘어 국제 질서 재편의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자리였습니다. 과연 이번 북중러 정상 회동이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요?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1. 66년 만의 역사적 만남이 갖는 의미
북한, 중국, 러시아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1959년 북중소 정상회담 이후 66년 만의 일입니다. 당시는 소련 시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현재의 러시아 체제로는 처음 있는 일이죠. 중국 전승절은 정식 명칭이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전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로, 매년 9월 3일에 열리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가 행사입니다.
올해는 특히 항일전쟁 승리 80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컸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26개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을 초청했지만, 그 중에서도 김정은과 푸틴에게 최고 수준의 예우를 제공했습니다. 기념촬영에서 시 주석 양옆에 자리한 두 정상의 모습은 반미 연대의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2. 각국 정상들의 숨은 계산법
표면적으로는 단합된 모습을 보였지만, 세 나라 정상들의 속내는 각각 다릅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행사를 통해 '중국 중심의 다극 질서' 구축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북한과 러시아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면서도, 동시에 두 나라 관계의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국제 외교 무대 '데뷔'의 의미가 컸습니다. 그동안 핵 개발로 고립되었던 북한이 중국을 통해 국제사회 복귀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특히 안러경중(안보는 러시아, 경제는 중국) 전략을 통해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계산이 엿보입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중국, 북한과의 연대를 과시할 기회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에 대한 감사를 표하며 군사 협력 강화 의지를 재확인했습니다.
3. 무력 시위로 드러낸 대미 견제 의지
이번 열병식에서 중국이 공개한 무기 체계들은 명백히 미국을 겨냥한 것들이었습니다. '괌 킬러'로 불리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DF-26D는 미군의 서태평양 핵심 거점인 괌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군의 사드(THAAD) 방어망을 뚫을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DF-17도 등장했습니다.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 J-35A의 공개는 미국의 F-35에 대응하는 중국의 기술력을 과시하는 의미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무기 공개가 아닌, 미국에 맞설 수 있다는 중국의 자신감 표출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4. 신냉전 구도 형성 가능성과 한계
이번 북중러 정상 회동을 두고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 형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방 언론들은 중국이 서구 질서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미국을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중러 3자 연대의 한계도 지적합니다. 한미일 협력과 달리 북중러는 그동안 주로 양자 관계에 의존해왔기 때문입니다. 특히 중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고려해 서방과의 노골적 대립보다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5. 김정은의 파격적 행보와 후계 구도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에서 가장 주목받은 점은 딸 김주애를 동반한 것입니다. 비록 열병식에는 함께 참석하지 않았지만, 만 12세의 김주애가 국제 외교 무대에서 의전을 받은 것은 4대 세습 준비 신호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또한 평소의 인민복 대신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 김 위원장의 모습은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분석됩니다. 전용차 번호판에 한국전쟁 휴전일을 새긴 '7·271953'을 사용한 것도 대미 메시지로 읽힙니다.
이번 중국 전승절은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국제 질서 재편을 둘러싼 각국의 전략적 계산이 복합적으로 얽힌 외교 무대였습니다. 북중러 연대 강화 움직임이 실제 신냉전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제한적 협력에 머물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대목입니다. 한국으로서는 한미일 협력 강화와 함께 중국과의 관계 관리에도 보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