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 한 잔 사러 갔다가 역사 논쟁 한복판에 서게 됐습니다.
스타벅스 텀블러 이벤트 하나가 대한민국을 흔들었고,
회장이 직접 나와 세 번 허리를 숙였는데도
분위기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어요.
왜 이 사과가 "끝"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지 —
오늘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5월 18일, 스타벅스코리아가 '책상에 탁! 탱크데이'라는 이름으로 텀블러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언뜻 보면 그냥 텀블러 끼워넣기 행사처럼 보이죠.
근데 사람들이 격하게 반응한 데는 이유가 있었어요.
'탱크'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투입한 탱크를 연상시키고,
'책상에 탁'은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에서 경찰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며 거짓 발표를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것도 하필 5월 18일에.
우연이라고 하기엔 조합이 너무 선명했고,
사람들의 반응은 빠르게 번졌어요.
사과가 두 번 나왔는데, 왜 논란은 계속됐을까?
논란이 터진 건 5월 18일.
첫 서면 사과가 나온 건 하루 뒤인 19일이었고,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등을 즉시 해임했습니다.
그런데도 분위기는 잦아들지 않았어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비판에 나섰고,
불매운동이 시작됐으며,
법적 대응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그러자 결국 5월 26일, 정용진 회장이 직접 공개 석상에 나섰습니다.
약 5분간 사과문을 읽으며 세 차례 허리를 숙였고,
"이번 일의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밝혔어요.
2024년 3월 회장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직접 공개 사과였습니다.
조사 결과는 나왔는데, 왜 찜찜한 걸까?
정 회장이 퇴장한 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이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휴대폰·노트북 포렌식, 교차 신문까지 진행했지만
고의성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했어요.
담당 직원들은 "기존 홍보 문구 '가방에 쏙'과 라임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됐다",
"5·18은 생각조차 못 했다"고 진술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행사는 기획자 → 팀장 → 본부장 → 대표이사,
총 4단계 결재 절차를 거쳐 통과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문구가 5·18과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고,
일부 결재자는 첨부 파일조차 열어보지 않고 승인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요.
쉽게 말하면, 아무도 제대로 보지 않고 도장을 찍은 셈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 '탱크데이' 이름을 처음 제안한 직원을 포함해 커머스팀 직원 3명은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조사는 했지만, 핵심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상황.
전 부사장 스스로도 "법적·절차적 제약으로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인정했어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
| 항목 | 내용 |
|---|---|
| 현재 상태 | 관련자 전원 대기발령, 담당 본부장 조사 중 |
| 추가 해고 조건 | 경찰 조사에서 고의성 확인 시 즉각 해고 |
| 법적 책임 | 고의성 확인 시 민·형사상 책임 추궁 예정 |
| 선불카드 환불 | 6월 1일~14일, 고객 요청 시 한시적 환불 |
회사 측은 경찰 조사에서 고의성이 확인되면 즉각 해고 및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이 사안은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게 아니에요.
이 논란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
스타벅스는 오랫동안 한국에서 단순한 커피 브랜드가 아니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공간, 감성의 상징이었죠.
그 브랜드가 가장 예민한 역사적 날짜에, 가장 예민한 문구를 내건 것.
그리고 4단계 결재를 거치는 동안 아무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
이건 단순히 한 직원의 실수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감수성과 내부 검토 시스템의 문제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회장이 직접 나와 세 번 허리를 숙인 건 분명히 무게 있는 행동이었지만,
"왜 아무도 몰랐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선명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렇습니다.
경찰 수사가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지,
불매운동이 실제 매출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그리고 이 사건이 대형 브랜드의 내부 검토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사과는 나왔습니다.
하지만 신뢰 회복은 말이 아니라 시간이 증명해야 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