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준 이사 해임의 전말
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즉시 해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해임 사유는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으로, 쿡 이사가 실거주 목적이라고 허위 신고하고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뒤 해당 부동산을 임대용으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의혹에 대한 공식적인 수사나 기소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트럼프의 측근으로 알려진 연방주택금융청 청장이 제기한 제보가 전부인 상태에서 즉시 해임을 단행한 것이어서 절차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2. 연준 독립성의 역사적 의미
연방준비제도는 1913년 설립 이래 정치적 독립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왔습니다. 연준 이사들은 14년 임기를 보장받으며, 대통령이 임의로 해임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는 통화정책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고 경제 상황에 따라 중립적으로 결정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실제로 과거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전쟁 비용 조달을 위해 연준에 압박을 가했을 때도, 연준은 독립성을 지키며 저항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경제 정책의 신뢰성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3. 금리 정책 갈등의 배경
이번 해임 사건의 진짜 배경은 금리 정책을 둘러싼 트럼프와 연준의 오랜 갈등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트럼프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원해왔지만, 리사 쿡 이사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습니다.
쿡 이사는 미시간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연준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이사입니다. 2022년 바이든 정부에서 임명되어 2038년까지 임기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자신의 정책 노선에 반하는 인사를 제거하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4. 시장 반응과 경제적 파장
쿡 이사 해임 발표 직후 금융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습니다. 달러화는 급등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는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불확실성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 연준의 정책은 기축통화국의 중앙은행으로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연준의 정치적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달러의 신뢰도 하락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5. 법적 대응과 향후 전망
쿡 이사 측은 "대통령에게는 연준 이사를 해임할 권한이 없다"며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연방준비제도법에 따르면 연준 이사는 직무상 비행이 있거나 의회의 탄핵 절차를 통해서만 해임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쿡 이사의 후임으로 데이비드 멀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를 거론하고 있어, 연준 이사진을 자신의 정책 노선에 맞게 재편하려는 의도가 명확해 보입니다. 내년 봄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와 함께 연준 리더십 전체가 교체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