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126개 매장 중 17개 임대 점포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채무자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임대료 인하 협상이 결렬되자 이 같은 강수를 둔 것인데요. 이로 인해 전체 직원 1만 9000명 중 절반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홈플러스의 이번 조치는 정상적인 회생 절차의 일환일까요, 아니면 청산으로 가는 길의 첫 단추일까요? 그리고 이 사태가 우리 소매업계에 미칠 파급효과는 어떨까요?
1. 홈플러스가 쓴 '법적 카드'의 의미
홈플러스는 채무자회생법을 근거로 법원 승인 시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적으로 가능한 조치이지만, 실제 적용되면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채무자회생절차에서 임대차 계약은 특별한 지위를 갖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기존 계약은 유지되지만, 임대차 계약은 예외적으로 해지가 가능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임대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홈플러스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선택일 수 있습니다.
2. 협상의 핵심, 임차료 인하 요구의 현실성
홈플러스가 요구한 임차료 인하폭은 35~50%입니다. 연간 4000억 원에 달하는 임차료를 절반 가까이 깎는다는 것은 사실상 임대인에게 막대한 손실을 떠안으라는 뜻입니다.
점포당 평균 임차료 5억 원은 대형마트 전성기 시절에 맺어진 계약의 결과입니다. 당시 매출과 임차료 사이에 균형이 있었지만, 현재는 온라인 쇼핑 확산으로 오프라인 매장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입니다. 이는 홈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매업계 전체가 겪고 있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3. 고용 불안과 사회적 파급효과
17개 점포 계약 해지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직원은 약 3000명으로 추산됩니다. 나머지 44개 임대 점포도 협상 중이어서 추가 계약 해지 가능성이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단순히 홈플러스 직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입점 업체와 협력사, 지역 상권까지 연쇄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해당 점포가 위치한 지역의 상권은 핵심 고객 유입처를 잃게 되어 장기적인 침체가 우려됩니다.
4. 경쟁사에 미치는 영향
홈플러스의 점포 폐쇄는 다른 대형마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어진 시장 공간을 놓고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경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는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소매업계 전체의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면서 다른 유통업체들도 임차료 부담을 재검토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홈플러스 사태가 업계 임차료 협상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6월 12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계약 해지 통보는 임대인들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임대인들의 반발이 거세진 만큼 협상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번 사태는 국내 소매업계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유통업체들이 디지털 전환과 고비용 구조 개선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있음을 드러냅니다. 홈플러스의 선택이 업계 전체의 미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용어
- 채무자회생절차: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법원의 감독 하에 사업을 정상화하고 채무를 조정하는 법적 절차
- 청산: 기업이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고 모든 자산을 매각하여 채무를 변제하는 절차
- 회생계획안: 채무자회생절차에서 기업이 제출하는 재정 정상화 및 채무 변제 계획
- 임대차계약 해지권: 채무자회생법상 법원 승인 하에 임차인이 기존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리
- 정리해고: 경영상 긴급한 필요에 의해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는 것
- 대형마트: 면적 3,000㎡ 이상의 대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소매업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