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래스카 LNG 협력: 관세 협상의 핵심 카드
이번 한미 통상 협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떠오른 것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협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도 이 문제를 직접 언급했습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북부 지역의 천연가스를 1,300km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남부로 운송한 후, 아시아 국가들에 수출하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총 사업비는 약 62조 원에 달하며, 본격적인 수출은 2031년부터 시작될 전망입니다.
미국 측은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알래스카 지역 경제 활성화를 통해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경제난을 해소하고, 둘째, 북극권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함입니다.
반면 한국 에너지 기업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 규모는 막대하지만 사업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고, 한국 정부에 기대하는 역할도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업 기간이 길어 트럼프 임기 이후에도 사업의 지속성이 보장될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2. 방위비 분담금: 관세와 안보의 연계 가능성
트럼프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해 왔습니다. 심지어 현재보다 9배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친 바 있습니다. 최근 한덕수 대행과의 통화에서도 "방위비 분담금은 관세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방위비 문제를 갑자기 의제로 제시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한미 협의에서도 방위비 분담금이 주요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아직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구체적 요구를 하지 않았다"며 "관세와 안보 이슈는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이미 2030년까지 적용되는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협의가 완료된 상태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약 방위비 논의가 진행된다면, 한국 정부는 기존 합의를 근거로 비용 증가 폭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3. 협상이 아닌 '협의'의 의미와 전략
한국 정부가 이번 만남을 '협상(negotiation)'이 아닌 '통상 협의(Trade Consultation)'로 명명한 것은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이는 현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특수성을 반영한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습니다.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장기적이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즉각적인 합의보다는 향후 협상의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섣부른 결정으로 인한 불리한 합의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속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기보다는, 우리 경제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최적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미국산 소고기 수입 제한 조치 등 다양한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LNG: 액화천연가스(Liquefied Natural Gas)로,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변환하여 저장 및 운송하기 용이하게 만든 에너지원
자유무역협정(FTA):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제거하는 협정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비용을 한국과 미국이 나누어 부담하는 제도
관세: 국가 간 거래되는 상품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수입품에 대한 가격 경쟁력을 조절하는 도구
대통령 권한대행: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그 권한을 대행하는 직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