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자 : 2025-03-13
1. 트럼프와 '협상의 여왕'의 만남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관세 정책으로 세계 각국이 비상 상황에 빠진 가운데,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보여준 외교적 성과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선포한 25% 관세 적용을 두 차례나 유예시키는 데 성공한 셰인바움 대통령은 트럼프로부터 "존경한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외교적 승리를 이끌어냈습니다.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셰인바움은 어떤 전략을 사용했을까요? 그리고 이 협상의 결과가 한국에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2. 멕시코 최초 여성 대통령, 셰인바움의 등장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멕시코의 2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입니다. 2023년 10월 취임한 그녀는 멕시코의 좌파 정당인 민주혁명당에서 정치 경력을 시작해 멕시코시티 환경부장관과 시장을 거쳐 대통령직에 올랐습니다. 가부장적 문화가 강한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의 탄생은 유리천장을 깨는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취임 당시에는 전임자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셰인바움은 독자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며 취임 당시 70%였던 지지율을 현재 8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특히 최근 트럼프와의 관세 협상에서 보여준 뛰어난 외교력은 그녀의 리더십에 대한 국내외 평가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 셰인바움의 3단계 외교 전략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성공을 거둔 비결은 세 가지 전략에 있었습니다.
첫째, 시간차 외교입니다.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발표했을 때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고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렸습니다.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즉각적인 비난이나 보복 조치를 발표할 때, 셰인바움은 "추가 정보를 기다리겠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러한 접근법은 트럼프와의 대화 채널을 열어두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둘째, 화해 지향적 레토릭을 사용했습니다. '보복'과 같은 공격적인 용어를 피하고 "대립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전달했습니다. 트럼프가 멕시코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펜타닐(마약) 문제를 지적했을 때도 적극적인 협조 의지를 보이며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셋째, 감정을 배제한 실용주의적 접근입니다. 대선 후보 시절 '얼음여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냉철한 셰인바움은 트럼프의 수사(修辭)보다 실질적인 행동에 집중했습니다. 이러한 계산적이고 실용적인 협상 스타일이 트럼프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4. 트럼프와 셰인바움의 협상 결과
셰인바움의 전략은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트럼프와 여러 차례 통화를 통해 협상을 진행한 결과,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적용이 두 차례나 유예되는 결과를 이끌어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가 관세 전쟁에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셰인바움의 외교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셰인바움의 접근법은 즉각적인 보복을 선언하고 트럼프와 설전을 벌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국가별 외교 전략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5. 향후 과제와 한국에 주는 시사점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의 성과가 일시적일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미국이 관세 철회를 완전히 결정하지 않는 한, 멕시코 전체 수출의 40%가량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캐나다와 같은 강경 대응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탄핵 심판 정국으로 인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집중할 고위급 대응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일본, 호주, 인도 등 주요국들이 미국과 적극적인 관세 면제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 한국은 아직 체계적인 협의체 구성조차 미흡한 실정입니다.
6. 마무리: 외교는 '기술'이다
셰인바움 대통령의 사례는 국제 관계에서 감정보다 전략이, 대립보다 대화가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국제 정세 속에서 침착하게 기다리고, 신중하게 움직이며, 냉철하게 판단하는 외교적 기술이 위기 극복의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하지만 셰인바움의 사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혜로운 외교가 국익을 지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사례를 참고하여 미국과의 관계에서 더욱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전문용어]
- 펜타닐: 강력한 합성 마약으로, 최근 미국 내 마약 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
- 수사(修辭): 말이나 글에서 표현을 꾸미는 방식이나 기술
- 유리천장: 여성이나 소수자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