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이 SNS에 특정 사이트 이름을 올렸습니다.
"일베, 폐쇄를 검토해야 한다."
한 줄이었지만 반응은 엄청났어요.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발과,
이제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지가 동시에 터져 나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대통령이 꺼낸 이 카드, 실제로 실현 가능한 이야기일까요?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요?
왜 지금 이 이야기가 나온 걸까?
발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이었습니다.
추도식 현장에서 일베 이용자로 추정되는 방문객이
조롱성 행위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재명 대통령이 그 보도를 X(옛 트위터)에 직접 공유하며
입장을 밝혔어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징벌배상,
그리고 혐오를 방치·조장하는 사이트 폐쇄와 과징금 —
"엄격한 조건 아래 허용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요.
현직 대통령이 특정 온라인 플랫폼을 거명하며
행정부 차원의 대응을 공개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일베는 어떤 곳이고, 왜 문제가 됐을까?
일베는 2010년에 만들어진 커뮤니티입니다.
처음엔 '디시인사이드' 인기 게시물을 모아 보는 아카이브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극우 성향의 남성 중심 커뮤니티로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게시물들이
반복적으로 문제가 됐어요.
사실 이 논란 자체도 처음이 아닙니다.
2018년 문재인 정부 때 청와대 국민청원에 일베 폐쇄 청원이 올라와
한 달 만에 23만 명 이상이 동의했고,
정부 차원의 공식 검토까지 이뤄졌지만 — 결국 폐쇄되지 않았어요.
이유가 있었습니다.
폐쇄가 생각보다 어려운 이유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사이트를 폐쇄하려면
게시물의 70% 이상이 불법 정보여야 합니다.
일베에는 혐오 게시물만 있는 게 아니에요.
일상 잡담, 유머, 정보 공유 게시물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70% 기준을 충족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가 바로 이것 때문이에요.
여기에 판례까지 있습니다.
2015년 대법원은 사이트 폐쇄 여부를 판단할 때
운영자의 '개설 목적'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어요.
일베를 처음부터 혐오 유포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이트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법적 걸림돌이 됩니다.
결국 당시 폐쇄 검토에 참여했던 김형연 변호사도
"방통위가 폐쇄 조치를 해도 법원이 취소할 수 있다"며
실질적 폐쇄를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그렇다면 대통령은 왜 이 말을 꺼낸 걸까?
| 해석 | 내용 |
| 즉각 행정 처분 의도 | 현행법상 사실상 불가능 |
| 공론화·입법 포석 | 혐오 콘텐츠 규제법 논의 시작을 위한 신호탄 |
| 정치적 메시지 | 혐오에 대한 강경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 |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발언이
즉각적인 폐쇄 처분보다는
혐오 콘텐츠 규제 입법을 위한 공론화 포석이라는 해석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혐오를 표현의 자유로 둔갑하는 행위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혐오 표현 규제 입법을 예고했어요.
반면 국민의힘은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국가 폭력"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일베를 없애면 혐오도 없어질까?
이게 사실 이 논쟁의 핵심입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요.
한쪽에서는 — 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은
법적으로 규제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표현의 자유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
다른 쪽에서는 — 일베의 혐오 문제는
특정 사이트 한 곳의 일탈이 아니라
한국 디지털 플랫폼 구조 안에서 생산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봐요.
일베를 닫아도 그 이용자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고,
다른 공간으로 옮겨갈 뿐이라는 거죠.
심지어 일베 폐쇄 시도 자체가
'표현의 자유 논쟁'을 키워서
극우 세력의 목소리를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근본적 해결을 위해선 차별금지법 제정,
그리고 어릴 때부터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배울 수 있는
교육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어요.
이 논쟁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
사이트 하나를 폐쇄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어느새 훨씬 더 큰 질문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표현의 자유는 어디서 멈춰야 하는가.
국가는 온라인 공간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유럽은 이미 플랫폼 혐오 표현 규제법을 시행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비슷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한 줄 발언이 만들어낸 파장은,
결국 우리 사회가 이 질문들에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지를
묻고 있는 셈입니다.
앞으로 국무회의에서 실제 검토가 이뤄질지,
입법 논의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