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대선을 일주일 앞둔 27일, 주요 대선 후보들의 마지막 TV토론이 열렸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가 참석한 이번 토론은 정책 대결보다는 날선 공방이 중심을 이뤘습니다.
특히 이준석 후보의 원색적 발언 논란으로 사퇴 요구까지 나오며 '역대 최악의 정치 토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발언들이 오갔길래 이런 평가를 받게 된 걸까요?
1. 내란 책임과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
토론의 핵심 쟁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관련된 책임 문제였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탄핵했지만 내란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이를 진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민주당의 이른바 '방탄 입법(국정감사권 축소법, 검수완박법 등)'을 향해 "방탄 독재"라고 비판했고, 이준석 후보는 "계엄을 옹호하는 세력과 포퓰리즘으로 유혹하는 세력을 동시에 밀어내야 한다"며 양쪽 모두를 겨냥했습니다.
특히 사면 문제를 둘러싼 설전이 치열했는데요. 이재명 후보가 "윤 전 대통령이 내란죄로 유죄를 받으면 사면할 거냐"고 김문수 후보를 압박하자,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5건 재판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되면 셀프 사면할 거냐"고 맞받아쳤습니다.
2. 정치 개혁 방향을 둘러싼 각자도생식 주장
네 후보 모두 현재 정치 시스템의 변화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개혁 방향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5·18 정신 헌법 수록, 4년 연임제, 계엄요건 강화, 거부권 제한, 지방분권' 등의 공약을 제시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민주당이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준석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자신들끼리 권력을 나눠갖는 개헌을 할 것"이라며 본인이 개헌을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습니다. 권영국 후보는 '차별을 없애는 시민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3. 외교·안보 이슈에서도 맞장구 없는 대립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핵무장 논란과 사드 배치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 후보의 '전술핵 재배치' 공약이 불가능하다며,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에 대해 비핵화 요구를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김문수 후보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반박했고,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가 과거 "사드는 미국 방어용"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고 문제 제기했습니다. 이에 이재명 후보는 "이미 배치가 끝난 사드를 논란화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맞받아쳤습니다.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대북송금 의혹도 언급했지만, 이재명 후보는 "나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습니다.
4. 개인 의혹과 과거 발언을 둘러싼 진흙탕 공방
토론 후반부로 갈수록 개인적 의혹과 과거 발언에 대한 공격이 더욱 격해졌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재판에 넘겨지면 당직이 정지되는 민주당 당헌을 삭제한 건 민주주의가 실종된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고, 이재명 후보는 최근 당내 갈등을 겪은 개혁신당부터 살펴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을 거론하며 "과일만 2791만 원 샀는데, 집에 코끼리 키우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고, 이재명 후보는 "근거가 하나도 없는 엉터리 조작 기소"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학' 설명을 "공산주의자의 철학"이라고 비판하자, 이재명 후보는 "한국은행 책자에도 나오는 사례"라며 "일부만 왜곡하지 말라"고 주장했습니다.
5. 원색적 발언 논란과 후폭풍
이번 토론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이준석 후보의 원색적 발언입니다. 이준석 후보는 생방송에서 여성의 신체 부위에 대한 폭력적인 발언을 여과 없이 그대로 언급한 뒤, 권영국 후보에게 이에 대한 견해를 묻는 방식으로 이재명 후보를 간접 공격했습니다.
이 발언은 "언어 성폭력"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다음날 해당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성범죄에 대한 가치관을 묻는 건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토론 이후 '허위사실 공표'와 '원색적 욕설'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치 양극화 해소는커녕 오히려 조장한 토론
앞선 2번의 토론에 이어 마지막 토론까지 '네거티브 선거', 진흙탕 싸움으로 점철되면서 정책 검증이나 진지한 공약 토론은 사라졌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각 정당의 팩트체크 역시 각자에게 유리한 주장만 되풀이한 것에 그쳤다는 지적입니다.
이번 토론의 핵심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극심해진 정치 양극화 해소 방안이었지만, 오히려 토론 자체가 정치 양극화를 조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대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 비전을 제대로 판단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남는 토론이었습니다.
전문용어
방탄 입법: 특정 인물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거나 경감시키기 위해 만들어진다고 비판받는 법안들
네거티브 선거: 상대 후보의 약점이나 스캔들을 부각시켜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선거 전략
전술핵: 제한된 지역에서 사용하도록 설계된 비교적 소형의 핵무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대북송금: 북한으로 불법적으로 자금을 송금하는 행위로,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는 행위
호텔경제학: 호텔 서비스를 예시로 경제 원리를 설명하는 방식, 수요와 공급의 관계를 단순화해 설명
삼권분립: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민주주의 기본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