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자 : 2025-03-24
18년 만에 여야가 국민연금 개혁안에 최종 합의했습니다. 보험료율은 오르고, 연금도 더 받게 되지만, 기금 고갈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을까요? 이번 개혁으로 무엇이 바뀌었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는 뭘까요?
1. 왜 이제야 합의됐을까?
국민연금 개혁은 정치권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기금 고갈 시점이 2055년으로 예상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경고가 이어졌지만, 실제로 제도가 바뀌는 데에는 18년이 걸렸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보험료를 올리자니 국민 반발이 걱정이고, 연금 수급을 줄이자니 노년층 표심이 두려운 정치권의 눈치 보기 때문이었죠. 결국 지속 가능성 문제는 알면서도,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던 겁니다.
2. 이번 개혁, 구체적으로 뭐가 바뀌었나?
여야가 합의한 국민연금 개혁안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 보험료율 인상: 현재 소득의 9%였던 보험료율을 2033년까지 13%까지 점진적으로 인상합니다. 매년 0.5%포인트(p)씩 올리는 방식이라 급격한 부담은 피할 수 있게 했습니다.
- 소득대체율 소폭 인상: 은퇴 후 받는 연금 수준을 나타내는 소득대체율도 40%에서 43%로 3%p 인상합니다. 하지만 기금 건전성을 고려할 때 오히려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죠.
- 크레디트 제도 확대: 아이를 낳거나 군 복무를 한 사람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 주는 '크레디트' 제도를 강화했습니다. 특히 첫째·둘째 자녀도 인정해주고, 군 복무 기간도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렸습니다.
3. 왜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비판이 나올까?
이번 개혁안은 제도의 형식적인 조정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기금 고갈 시점은 8~9년 연기될 뿐: 현재 추세로는 2055년쯤 고갈될 기금이, 개혁 후 2063년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적자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 보험료율 인상만큼 효과 있을까?: 보험료율은 4%p 오르지만, 연금 지급률도 함께 오르기 때문에 실제로는 실효 인상폭이 2.5%p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청년층 부담 증가: 2030세대 입장에서는 보험료는 더 내지만, 노후에 받게 될 연금은 상대적으로 적어 손해라는 불만이 나옵니다. 연금제도가 세대 간 불균형을 낳고 있다는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4. 구조적 해결책으로 떠오른 '자동조정장치'
많은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대안은 자동조정장치(AEI, Automatic Adjustment Mechanism)입니다.
이는 기금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연금지급률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으로, 일본·스웨덴 등 고령사회 국가들이 채택한 제도입니다. 경기 침체나 기대수명 증가처럼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줄이는 장치 아니냐"는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연금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5. 연금통합 논의도 함께 나와야
국민연금 외에도 한국에는 기초연금, 퇴직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다양한 연금제도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들 간의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국민연금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특히 사각지대 해소와 연금 간 이중지급 문제 해결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무리: 이번 개혁의 의미와 한계
이번 국민연금 개혁은 18년 만에 여야가 손잡고 합의한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기금 고갈이라는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보험료만 올렸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개혁"이라는 비판도 피할 수 없습니다.
향후 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연금제도 전반 통합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진짜 지속가능한 국민연금 개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문용어]
- 보험료율: 소득에서 얼마만큼의 비율을 국민연금 보험료로 납부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 소득대체율: 은퇴 후 받는 연금액이 소득의 몇 %에 해당하는지를 나타내는 비율
- 크레디트 제도: 출산, 군복무 등 사회적 기여를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
- 자동조정장치: 기금 상황이나 경제 변화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연금지급률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