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5월 15일로 예정되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6월 18일로 연기했습니다. 선거운동 기회의 균등한 보장과 재판의 공정성을 이유로 내세운 이번 결정으로, 이재명 후보의 대선 출마 자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법 리스크'는 제거되었습니다. 대법원의 이례적인 신속 판결부터 재판 연기까지, 이 사건은 왜 이토록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요?
1. 파기환송심 첫 공판 연기 결정의 배경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지난 7일,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 재판기일을 대통령 선거일 이후로 변경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이재명 후보 측이 제출한 기일변경 신청서를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재판부는 또한 "법원 내·외부의 어떠한 영향이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하여 공정하게 재판한다는 자세를 견지해 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결정은 정치권과 법조계에서 확산된 '대법원의 대선 개입' 논란에 대한 서울고법의 대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청문회, 입법 등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압박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2. 대법원의 이례적인 신속 심리와 논란
이번 논란은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판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대법원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고,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이 후보에게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3월 28일 사건을 접수한 후 약 한 달 만에 판결을 내렸는데, 이는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의 피선거권 여부가 달려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속 처리가 오히려 정치적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더욱이 서울고법은 대법원으로부터 사건을 돌려받은 지 하루 만에 첫 공판기일을 5월 15일로 지정하는 초스피드 행보를 보였고, 이는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낳았습니다.
3. 각계 반응과 쟁점
이재명 후보는 재판 연기 결정에 대해 "헌법 정신에 따른 합당한 결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그동안 대법원과 법원의 빠른 진행이 공정한 선거를 방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결정을 "원칙과 상식에 맞는 판단"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민주당은 헌법 제116조 제1항이 명시한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 보장' 조항을 근거로, 선거 직전 재판이 피고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결정에 "유감과 개탄"을 표명했습니다. 그들은 사법부가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시각을 보이며, 법적 절차가 정치적 이유로 지연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입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파기환송심 연기가 사법부의 중립성을 보여주는 현명한 결정이라는 평가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현직 판사들은 사법부가 정치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며 실명으로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4. 사건의 법적 쟁점과 향후 전망
이재명 후보는 2021년 대선 후보 신분으로 방송에 출연해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말하고,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발언한 것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1심은 유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를 선고했으나, 2심은 이 후보의 발언이 '인식' 또는 '의견 표명'에 불과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며 전부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발언들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의 법리 해석을 따라 양형만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형량은 이재명 후보의 정치적 경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기 결정으로 대선 전에 파기환송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사라졌습니다. 대선 이후에 판결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헌법 84조(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에 따라 재판이 중단될 수 있습니다.
5. 대선 정국에 미치는 영향
이번 파기환송심 연기로 이재명 후보의 대선 출마 자격에는 법적 장애물이 제거되었지만, '사법 리스크'는 계속해서 대선 정국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외에도 위증교사,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배임·뇌물 혐의, 쌍방울 대북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사건 등 5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습니다. 이 중 대장동 의혹 사건 재판도 대선 이후인 6월 24일로 연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는 서로 다른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유죄 확정을 피하기 위한 시간 벌기'라고 공격하는 반면, 여당은 '정치 개입을 시도하는 사법부에 맞선 원칙의 승리'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서도 어떻게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선거와 관련된 법적 판단에서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서울고등법원의 이재명 후보 파기환송심 연기 결정은 대선을 앞둔 첨예한 정치적 상황에서 사법부의 균형 감각을 보여준 판단이라는 평가와,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결정이라는 비판이 공존합니다.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에서, 이번 결정은 선거와 사법 절차의 관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입니다. 앞으로 6월 3일 대선까지, 그리고 대선 이후 파기환송심 판결까지 이 사건은 한국 정치와 사법의 주요 화두로 남을 전망입니다.
전문용어
- 파기환송: 상급법원(대법원)이 하급법원의 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취소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 법원에 돌려보내는 것
- 공직선거법 250조 1항: 당선되거나 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조항
- 피선거권: 선거에서 후보자가 될 수 있는 권리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5년간 박탈됨
- 전원합의체: 대법원의 모든 대법관이 참여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특별히 중요한 사건이나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사건을 다룸
-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조항
- 헌법 제116조 제1항: 선거운동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하에 법률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하되,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조항